1.2.2. 한글
한글의 경우에는 초기의 인쇄체인 판본체와 궁중의 여성들이 쓰면서 발달한 궁체가 있습니다.
1) 판본체
한글 창제 직후에 나온 <훈민정음> <용비어천가> <월인천강지곡> <석보상절> 등의 판본에 사용된 글씨체를 말합니다.
오래된 글씨체라는 의미에서 고체, 또는 훈민정음을 본 받아 쓴 글씨라는 의미에서 ‘정음체’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획의 굵기가 일정하고, 가로획과 세로획은 수평, 수직을 이루며 정사각형태를 띕니다.
- 판본체/원필체
획의 끝을 둥글게 하는 원필(圓筆)체는 한자의 전서필법과 비슷하며, 부드럽고 중후한 느낌을 줍니다.
- 판본체/방필체
획의 끝을 각지게 하는 방필(方筆)체는 한자의 예서필법과 비슷, 날카롭고 강한 느낌이 납니다.
서예 입문 시 한자가 부담된다면 판본체부터 시작하는 것도 정말 좋은 방법이에요. 판본체하면 일중 김충현金忠顯 선생(1921-2006)이 떠오르는데 1942년 중동학교 졸업 당시 『훈민정음』, 『용비어천가』 등의 옛 판본체에 전서와 예서의 필법을 가미하여 고안한 서체가 담긴 한글 서예 학습서 국문서법연구서(國文書法硏究書)를 완성하여 한글 서예 보급을 활성화 한 장본인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정인보(鄭寅普)에 의해 일명 ‘고체(古體)’로 불려졌다고 합니다.
2) 혼서체
국어와 한자를 섞어서 사용하는 것을 혼서체라고 하며 ‘필사체(筆寫體)’라고도 합니다. 판본체의 획이나 글씨의 짜임이 엄격하고 도식적이어서 자연스럽게 쓸 수 있도록 변모한 서체로 <월인석보> <두시언해> 에 사용되었습니다.
성종시대를 전후로 판본체에서 궁체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생겨났으며 모음의 가로획이나 세로획이 강조되어 길어져 점과 획에 기울기와 강약이 생겼고, 방형의 글자형태가 깨어져 글자의 균형을 중심에 맞춘 것이 특징입니다.
3) 궁체
1446년(세종 28) 《훈민정음》이 반포된 뒤 궁중에서 궁녀들이 쓰기 시작하면서 발전했기 때문에 궁체라는 명칭이 생겼습니다. 한글 창제이후 한글 판본체(板本體)가 읽기는 쉬워도 쓰기 어려우므로 차츰 쓰기 편한 필사체로 변화 발전하면서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궁체는 글씨의 선이 곧고 품위가 있어 여성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였으며 내서(內書)라고도 불리우며,. 필사된 서찰(주로 왕후와 상궁 그리고 궁녀들의 필적)과 서책(궁중의 내서)에 쓰여졌습니다. 획의 굵기에 변화가 있고, 가로획의 오른쪽이 약간 올라가는 형상으로 미려하고 우아하며 한결같이 고른 것이 특징입니다.
- 궁체/정자
글씨가 한결같이 곱고, 단아하고 안정감 있습니다.
- 궁체/반흘림
한자의 행서와 비슷하여 정자의 자형을 곁들여 쓸 수 있고, 정자체의 자음보다 많이 흘려 모음과 연결되는 선이 많으며 운필의 속도에서 오는 리듬감으로 율동감이 느껴집니다.
주로 소설, 가사, 사기 등에서 많이 볼 수 있으며 대표적인 글씨로는 <옥원듕회연>, <낙성비룡>, <후슈호전>, <옥누연가> 등이 있습니다.
- 궁체/진흘림
궁체 진흘림은 한자의 초서에 해당하는 서체로 반흘림을 함께 써서 획의 굵기나 방향에 많은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글씨를 쓰는 사람의 감정과 개성이 잘 나타나며, 오랜기간 숙련된 필체가 요구되죠. 한자의 행·초서에서와 같이 획의 태세, 글자의 대소, 강약 등의 변화를 줌으로써 글자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자·모음을 따로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연결하여 구성한 것으로 물이 흘러가듯 거침이 없고 자유분방하게 쓰인 서체입니다.
대표적인 글씨로는 왕이나 비, 빈 등의 명에 의해 서사상궁들이 대필한 봉서 등에서 다양하게 볼 수 있습니다. 영어필기체처럼 한글필기체 같습니다.
4) (서)민체
민체는 궁체와 더불어 필사본으로 되어있는 한글류의 책들에서 나타난 서체로 서예작품으로 쓴 것이 아니고 소설, 가사, 서간 등을 읽고 기록하기 위한 목적으로 쓴 것(등서체)을 말합니다. 민체로 쓰인 책에는 대부분 필사자, 필사연대가 명시되어 있지 않아 필사자는 궁중 이외의 백성들이며 필사시기는 조선 중기에서 말기일 것이라는 정도 밖에 추측할 수 없습니다.
각기 개성이 뚜렷하며 자유분방하게 서사(書寫)하여 우리민족의 넋과 얼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자, 한글 서체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어떤 글씨체인줄 알아볼 수 있다면 이미 서예 감상단계 중간은 넘어선 것 같습니다. 고딕체, 바탕체 등에만 익숙해져 있는 일상을 떠나 붓글씨 서체를 알아보는 것도 서예인이 되었다는 증거 같습니다. 다음 글에는 서예를 즐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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