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WAII, Kauai, 2021 DEC-2022 JAN
나팔리 코스트 주립공원 Na pali Coast State Wilderness Park에 있는 칼랄라우 트레일 Kalalau Trail 하이킹 2일차입니다.
1일차에 11마일을 힘겹게 걸어와 해지기 직전 겨우 도착하여 텐트치고 자니 천국이 따로 없더라고요. 과연 어떤 풍경이 나를 기다릴지 너무 기대되었어요.
물이 있는 곳 근처면 씻기도 좋고 여러모로 편리한 점이 많아서 폭포 근처 평평한 곳에 자리를 잡았어요. 캠핑이 가능한 지점이지만 사이트는 각자 알아서 찾아야해요.
전날 도착해서 텐트치고 여기와서 씻고 옷 싹 갈아입고 뽀송한 상태로 침낭에 들어갔거든요. 다른 사람도 와서 사용하는 곳이니 옷을 벗을 수는 없고 알아서 적당히 눈치껏 빨리 씻고 빠져야 합니다.
폭포옆에 과일나무가 있는데 아직도 뭔지는 뭘라요.
이렇게 생긴 딱딱한 과일이 열려 있는데 떨어진거 먹어보니 그냥 먹을 수는 없는 맛이었어요.
아침에 나오니 바로근처에서 염소들이 과일인지 풀인지를 먹고 있더라고요.
아마 그들만 먹는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각각 털색이 다르고 크기도 약간씩 다르고, 눈망울은 선해보이지만 행동이 굉장히 민첩했어요.
전날 텐트를 쳤던 베이스캠프는 이미 다른 사람들도 머문 흔적이 있는 곳으로 물, 나무그늘, 평지 등 캠핑사이트로 매우 좋았습니다. 바다도 바로 내다보이고요.
전날 끝까지 사수했던 등산화이지만 결국 마지막 만난 계곡에서 아쿠아슈즈로 갈아신기 귀찮아 그냥 건너버려 다 젖었어요. 밤새 말렸지만 습한 날씨로 잘 마르지 않은 상태고요.
도대체 얼마나 좋은 곳이길래 예약전쟁을 하면서 적잖은 허가비용과 주차비용을 지불하면서 여기까지 오는지 둘러보겠습니다. 우선 캠핑그라운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이런 광경이 나옵니다. 다행이 오전에 날씨가 좋았어요.
해변가를 걸어갈 수 있는데까지 가니 이런 절벽이 나오는데 낮은 동굴이 보이더라고요.
물은 바닷물이고 얕아서 그냥 가도 될 정도인데 동굴안에 들어가는게 무서웠어요.
높지 않는 동굴로 뭔가 우주에 있는 느낌이 나는 곳입니다.
더 안쪽으로 가면 모래밭이 있고, 동물인지 사람인지 다녀간 흔적이 역력했어요.
동굴벽에는 보석같은 돌들도 보이고요.
안에서 바다쪽을 바라보니 정말 그림과 같은 풍경이 나옵니다.
마침 다른 팀이 동굴로 걸어들어오고 있습니다. 이 커플은 5일전 코크스테이크파크 캠핑장에서 만났었는데 잠깐 얘기를 나눌 때 여기 올거라는 말은 들었는데 전날 트레일 중간에서 만난거에요. 이렇게 같은 날에 올지는 몰랐는데 만나니까 너무 반갑더라고요. 저보다 느리게 걷는 외국여성은 처음 봤는데 전날 어찌됐냐고 물어보니 자기네는 전날 밤10시쯤에 도착했고, 나중에 너무 깜깜해서 거의 기어오다시피 했다며 울면서 왔다고 하길래 제가 격하게 반응했어요. 주차료가 비비싸니 아까워서 길가에 대고 왔다며 이 해변에서 하루 더 머물다 갈거라 했어요.
다시 동굴밖으로 나가니 파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었어요. 구석에 있는 바위에 앉아서 파도소리 들으며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니 세상에서 완전히 떨어져나온 것 같았어요.
해변가 반대방향으로 걸으니 이렇게 과일나무도 보이면서 에덴동산이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쪽에서 보니 협곡이 잘 보이더라고요. 며칠전 위쪽에서 바라봤었는데 이렇게 하이킹을 와서 아래쪽에서 바라보니 또다른 모습입니다.
하트모양 산호조각도 주워보고요.
해변가를 걷다 우연히 바닥에 떨어진 동그라면서 노란 과일을 봤는데 유튜브에서 이걸 릴리코이(패션푸르츠)라고 한게 기억나 쪼개보니 맞더라고요. 먹어보니 열대과일의 참맛이 느껴지는 달콤새콤한 맛이었어요. 여태 가공식품이나 냉동 패션푸르츠만 먹어봤는데 신선한 릴리코이를 먹어보니 전에 제가 알던 그 맛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근처를 뒤져보니 많이 숨어 있어서 열심히 주워 모았어요.
인심좋게 아까 만났던 커플에게도 몇 개 나눠주고 텐트로 돌아왔는데 다시보니 텐트 근처에도 많이 있어 이렇게 식량을 비축했어요. 갑자기 부자가 된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이걸로 식사를 대신하기로 합니다.
짊어지고 온 로프브레드와 스팸, 그리고 릴리코이를 두둑히 먹은 뒤 짐정리를 합니다. 몸은 무겁지만 이렇게 에덴동산을 즐기며 반나절을 보내고 원시인처럼 과일을 주워다 먹으니 뭔가 힘이 다시 나는 것 같았어요. 오늘 하이킹 목표인 전날 온 코스의 절반지점을 향해 떠나봅니다.
*릴리코이 나무가 어딨는지 궁금하신 분은 댓글로 물어봐주시면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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